벌써 푸켓에 온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오늘은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까오팟 꿍? 팟 타이? 똠얌꿍?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일주일째 먹으면 뭔가 다른걸 먹어보고 싶어 집니다. 그렇다고 20년 이상 먹어온 한식을 먹어야 하나?
그러다 안내 책자를 집어들고 “레스토랑” 페이지를 뒤적거립니다. 특이한 거 뭐 없나..



결정 됐네요…오늘 저녁 메뉴는 푸켓의 서남쪽 카론 (KARON) 비치에 위치한 “Dino Park”로~~
저의 숙소가 있던 파통 비치에서 카론 비치 까지는 차로 약 20분…달렸습니다. 해안선 도로를 따라 가니 찾기 쉬웠네요. 파통 비치만 번화가 인줄 알았더니,나름대로 카론비치에도 시내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출입구 덕택에 디노파크는 찾기가 쉽네요. 왼쪽은 레스토랑,오른쪽엔 골프 코스로 가는 입구 입니다.


흠, 해외 여행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예약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레스토랑 발견에 들떠서는 저녁식사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와버렸네요. 여러분도 실수 하지 마세요. 일단 전화로 원하는 시간에 테이블 확보는 필수사항 입니다. 7시에 도착했는데,운이 좋아 빈 테이블에 안내를 받아서 들어갑니다. 정글 밀림을 연상케 하는 나무에 정말 석기시대 처럼 돌로 된 테이블과의

테이블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노란머리 꼬마들(북유럽 태생인듯) 즐거워서 재잘거리는 모습이 앙증스럽네요. 영화 속 소품들을 재현해 놓은 돌로 만든 석기시대 자동차에 앉아서 즐겁게 기념사진도 찍고..식사 주문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저의 생활 신조는 해외에서도 잘 먹자 입니다. 영어는 짧아도,아무리 주문 받으려는 직원이 옆에서 기다려도 메뉴를 뒤적이며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그래도 넘 오래 기다리게 함 안되구요. 그리고 주문을 해야 음식이 나오니...



오늘 제가 선택한 메뉴 입니다. 우선 시원한 소다워터(한국식 “천연사이다”-단맛이 없음) 한잔, 시저 샐러드 그리고 뉴욕 스테이크(미디움 굽기에,곁들여 나오는 감자는 오븐에 구운것으로)와 마지막으로 로즈 와인(glass로) 입니다.
장금이 만큼 절대 미각은 없어도, 나름대로 음식을 가려먹는 저는 소다워터로 일단 목을 축이며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사실 이때, 배 많이 고팠어요. 하루종일 푸켓을 돌아다녔거든요.
한접시 그득이 나온 시저 샐러드를 보자 기념사진 남겨야 하는 것도 잠시 잊고 포크를 든 찰나는 거의 0.1초입니다. 이 정도면 접시까지도 먹어치울 기세입니다. 사진 몇 컷 남기고 본격적인 시식의 순간.. 포크질 한번에 양상치를 비롯한 오이 당근에 크루톤(건조시킨 빵조각)에 건포도 까지…3분만에 뚝딱 비우고,잠시 여유를 갖고 로즈 와인 한모금을 넘기니 허기가 살짝 가시네요. 한국 만큼 빠르진 않아도 배고픈 사람 살리는 셈인지 스테이크가 나옵니다.



역시 탁월한 선택은 황홀한 저녁시간을 책임져 줍니다
샐러드 덕택에 스테이크 부터는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작은 조각으로 썰어 천천히 먹을 수 있겠네요. 와인으로 입맛까지 돋우면서...
후식까지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늘의 과식은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음식 먹는 중간에,생일 축하 노래가 들려왔는데 생일 맞은 손님을 위해서는 그런 배려도 하네요. 옆 테이블의 유럽인 가족 중 생일인 사람이 있었군요. 레스토랑을 나서면 기념 사진 몇 장 더 찍으려니 식사중인 다른 손님들 눈치가 살짝 보이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찍었습니다.

전반적인 평가를 해보자면, 금액은 좀 비싼 편이구요. 아무래도 스테이크를 썰었으니 ...
그치만 먹는거엔 돈 아까워함 안되겠죠. 가족끼리,연인끼리 유쾌한 저녁시간을 보내는데 부족함 없는 곳입니다. 시간만 여유 있다면,해가 지기 직전에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 떨어진 저녁엔 사진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아쉬움에 자꾸만 뒤쪽의 입구를 돌아보는데 골프코스 쪽 멀리로 화산도 보입니다.슬쩍 보니 인테리어는 레스토랑 보단 미니 골프장이 훨씬 볼게 많네요. 담번엔 미니 골프도 소개할 겸 다시 와야 겠네요. ^^

디노파크 입구가 술렁입니다. 앗, 아기 코끼리 모델이 관광객을 유혹 하고 있군요. 태국돈 20바트(한국돈 600원)에 작은 바나나 다발을 사서 아기 코끼리 에게 주면서 사진 촬영!
상술이라구요? 맞습니다. 제눈에도 그렇게 보이네요. 돈을 쥐고 살까말까 하는 사람이 보이면 귀여운 코끼리가 멀찍이서 긴 코로 돈을 쓰윽 가져다가 주인 아줌마에게 주고는 다시 바나나를 그 관광객에게 내밉니다. 그리곤 다시 받아먹는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치 않네요.
좀 씁쓸하긴 하지만, 아기코끼리랑 기념 사진 찍으며, 맘속으로 빌어봅니다.
“동물 해방의 그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