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약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입니다. 섬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또는 이름없는 암초와 산호초가 대부분이며,사람이 사는 섬은 880여개 정도 뿐입니다.
세부 보다 섬의 크기나 인구밀도 면에서는 작지만, 자연의 풍요로움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초콜렛 힐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보홀섬의 훼리 선착장 또는 공항에서 준비된 차량을 타고 초콜렛 힐로 출발합니다. 해안선 도로를 따라 차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해안가에 띄엄띄엄 지어진 예쁜 집들은 스페인 양식이 많네요.
세부에서 보았던 서민들의 안쓰러운 판자집 대신 보홀에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작은 집들을 볼 수 있어 한결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면 해안선 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인 보홀 섬의 중앙 도로로 접어 듭니다. 이젠 보홀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아니라 보홀의 전원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잠깐, 산을 하나 넘어가나 싶은 오르막길을 가다 보니 … 대나무가 빽빽한 숲을 지나갑니다. 필리핀에서 대나무 숲이라니 … 얼른 내려서 기념사진 찍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흔들고 지나가며 만들어 내는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는 보홀의 뜨거운 기후를 청량하게 만들어 줍니다. 대나무 숲을 지나 얼마나 달렸을까..잠시 졸다 깨보니 창 밖으로 조그만 언덕들이 눈에 띕니다. 아주 작은 언덕들은 경주의 왕릉 보다 아주 쬐금 클 뿐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언덕의 숫자가 많아 지더니 … 이젠 아주 노골적으로 언덕 뿐입니다.
야호~ 초콜렛 힐이네요. 이젠 가까이 가서 초콜렛을 맛보는 일만 남았다는 기쁨이 새록새록 몰려옵니다. 초콜렛 힐 전망대에 도착하니, 이런 예상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까마득한 계단을 올라가야 장관을 볼 수 있다네요. 아무리 봐도 계단의 숫자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무릎 약하신 분들,연로한 어르신들 그냥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셔야 겠습니다. 계단을 씩씩하게 오르니 펼쳐지는 초콜렛 힐의 전경이 눈에 가득입니다. 그런데…어째 초콜렛이 덜 익었는지…초록색 언덕 입니다…이런.. 날씨 좋은 2월에 초콜렛힐은 초록색, 가을에나 초콜렛 힐은 예의 브라운 빛으로 물들어 초콜렛을 맛 볼 수 있답니다.
ㅠ.ㅠ 실망이 큽니다. 그래도 가까이에 큰 언덕부터, 360도 둘러가며 지평선을 모두 가릴 만큼 많은 언덕들을 바라보며, 불가사의한 자연에 놀라움은 멈출 수 없습니다.
아직 초콜렛 힐을 못보셨다면, 뜨거운 보홀의 태양에 녹아버리기 전에 얼른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초콜렛 힐이 녹아 없어져 버릴 확률은, 인도양의 보석 같은 휴양지 몰디브 섬이 가라앉을 확률과 같습니다.
눈으로 맛보는 초콜렛 힐은 리조트 여행에서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